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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축구와 럭비의 다른 운명

by 소벌도ㄹI 2020.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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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미식축구?

축구는 영어로 풋볼(Football)이고 미식축구는 아메리칸 풋볼(American Football)이라고 한다. 미식축구는 아메리칸 풋볼을 우리식으로 바꾼 표현이다. 풋볼이라는 용어를 공유하는 두 스포츠는 원래 하나였다.


풋볼, 규칙을 정립하며 갈라서다.

예전에는 '풋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러 종목이 존재했다. 이 후 종목이 세분화된다. 축구는 1863년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ootball Association)가 창설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때 다른 종목으로 갈라져 나간 종목이 '럭비(Rugby)'다. 럭비는 1871년 럭비풋볼 유니온(Rugby Football Union)을 창설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풋볼이라는 단어를 공유하는 배경이다.

※ 미식축구는 엄밀히 따지면 아메리칸 럭비풋볼(American Rugby Football)이라고 불러야 한다. 영단어 풋볼을 축구로 인식하는 한국 정서상 미식축구라는 명칭이 붙었다.

 

축구와 럭비의 다른 운명 1


축구는 오늘 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럭비는 축구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기 방식의 '호환성'에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자신들이 만든 규칙 말고 다른 규칙이 생기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축구협회는 축구팀들이 별도로 프로리그를 만들 때도 경기 방식만은 자기들 규칙을 따르는 타협을 했다. 왜 그렇게 자신들 규칙을 강조했을까? 그 답을 럭비가 해주고 있다.

럭비 역시 프로리그가 생겨났는데 규칙을 통합하는데 실패한다. 새롭게 생겨난 '럭비 리그'는 기존 '럭비 유니온' 규칙을 따르지 않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서 경기를 가졌다. (럭비 유니온은 15명이 한 팀을 이루지만 럭비 리그는 13명이 한 팀으로 경기를 가진다.) 하나의 규칙을 유지했던 축구와 달리 럭비는 규칙을 통합하지 못한다.

이후 축구와 럭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축구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도 단 하나의 규칙을 고수할 수 있었다. 이는 지역, 국가, 대륙이 달라도 '축구'라는 코드(Code)가 호환될 수 있음을 뜻한다. 럭비는 아니었다. 다른 국가로 퍼져나간 럭비는 또 별도로 규칙이 생겨난다. 미식축구, 캐나디안 풋볼(캐나다), 게일릭 풋볼(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안 풋볼(호주) 등이 모두 '럭비' 범주로 묶이지만 규칙이 조금씩 다르다. 단 하나의 규칙으로 호환성을 유지한 축구와 달리 규칙이 저마다 달랐던 럭비는 호환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럭비 풋볼 유니온 방식을 따르는 '풋볼'
아메리칸 럭비 방식을 따르는 아메리칸 풋볼.

축구와 럭비의 다른 운명 2

다른 이유로는 경기 방식이 가지는 과격함이 있다. 축구는 상대방을 가격하는 태클(Tackle)을 엄격히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와 달리 럭비는 몸과 몸이 맞부딪히는 태클을 허용하고 있다. 태클을 허용하는 경기 방식은 부상 위험을 높였고 '스포츠'를 여가문화로 즐기게 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럭비보다는 축구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아메리칸 풋볼, 미식축구 장비 설명. 헬멧, 어깨 패드 등 보호기능을 갖추고 있다.
정강이 보호대 신가드. 축구 종목에서 사용하는 신체 보호 장비.
풋볼 아래 하나였던 축구는 럭비와 달리 '발'을 사용하면서 부상위험을 줄였고 경기 규칙도 통일성을 유지해 전 세계적 '호환성'을 갖추게 됐다.

 

물론 축구에 태클이 없는 건 아니다. 대신 태클 역시 발을 사용해야 한다. 축구 자체가 공을 '발로 드리블링(Drribling)'하는 방식을 중심에 놓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신체 보호 장비 중 정강이 보호대(신가드, Thin Guard)가 있다. 축구가 운동 방식을 '발'로 한정 짓게 되면서 다리 부위가 상대방을 가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위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을 할 수는 있다.) 이와 달리 미식축구는 머리, 어깨 등 보호 장비가 전신에 걸쳐 필요하다. 경기 방식에 따른 신체 부상 위험 감소 역시 축구를 세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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